50여일 동안의 기나긴 장마가 끝나더니 이내 태풍이 세차례 한반도를 지나갔다. 올해 여름은 매미 울음소리 한번 제대로 들어보기지도 못했다. 저녁이 되면 어느새 산들거리며 퍼져가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이제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짐 풀고, 물 한모금 마시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밤이 된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면 선선한 가을 바람이 안쪽 방까지 잘 들어온다. 한국의 저녁은 이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절기에 접어 들어와 있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이제 시작하거늘, 이미 천고마비의 계절을 품은 듯 나의 육체는 무거워져 있었다. 런닝이나 하고 올까? 했더니 '달리기'가 무엇이냐 되묻는다. 내 몸이 '달리기'가 뭔데 하냐고 자꾸 되 묻는다. 그래도 '해보면 알겠지' 싶어서 밖에 나와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