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역사 100년....소위 백년기업.
전세계 100년 기업이 약 5,500개가 있는데에 비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3,000개가 넘는 100년 기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기업은 두산과 동화약품공업 두곳 밖에 없다.
물론, 일제강점기의 영향때문에 100년기업이 많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상장사의 기업 수명은 약 20년인데에 비해
미국의 500대 기업의 수명은 약 40년이라고 하니
그 만큼 100년기업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지속적으로 생존 해나가기에 얼마나 어려운 환경인지를 짐작 가게 하는 대목인 듯 하다.
34살때 내가 담당하는 어떤 고객사의 CEO와 함께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함께 식사를 하며
기차 안에서 공항에서 비행기 안에서...
참 많은 대화를 나눴고 값진 경험담을 많이 들려주셨다.
"제 꿈은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 회사가 100주년이 되는 것을 보고 죽는건데..."
그 회사는 회사 역사가 곧 50주년을 맞이하는 회사다.
50주년...현 CEO의 부친에서 부터 시작한 사업이며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파며' 잘 이어져오고 있는 회사다.
수치상으로 보이는 '기업가치'면에서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고
한 우물만 판 기업답게
그 분야에서는 전세계 1,2위를 하는 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그런 기업임에도 그 사장님은 하루 하루, 한해 한해 기업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일인지 아느냐며... 아직까지도 '힘들게 돈을 번다'고 하신다.
"늘...제 주변에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여 고민을 하게됩니다. '사업에는 예상문제'라는게 없지요...다만 기출문제만 있었던 것 뿐... 하지만 기출문제는 말 그대로 이미 지난 문제니까...자격증 시험 처럼 나온게 다시 나오지는 않아요. '예상문제'는 대부분이 예상이었을 뿐이고....
그래서 늘 어떤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게끔 구석구석을 잘 살펴야 하고, 그래서 내게는 우리 직원들이 필요한겁니다..."
사업에는 예상문제라는 것이 없다...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기출 문제는 기출 문제일 뿐 실제 시험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왠지 책만 펼치며 탁상공론으로는 사업이 되겠냐는 반어로 내게는 들려왔다.
무식이 탄로난다기 보다...유식이 소용없다는 말뜻으로 보였다.
"지금은 어떤 문제가 가장 고민이 되시는가요?"
내가 묻는 말에 그 사장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씨가 가져오는 숙제들이지..."
나는 겸연쩍은 얼굴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농담이고...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 사장님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지금의 회사로잘 성장시키며 키워오신 분이다.
그 규모는 25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한 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남은 50년 남짓의 과제를 그 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지금 파고 있는 이 우물을 조금 더 파볼 생각입니다. 회사 규모를 크게 하는것 보다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보통 제가 보니까...장수 기업들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고유 분야를 연구하고 또 연구하며 그 분야를 이어나갔더라고요. 제가 일본을 좋아하는 것은 장인정신이라는 문화가 좋아서 그런것도 있지요. 크게 돈 벌고 사라지는 반짝 가수보다 노래 잘하는 베테랑 중견, 노장가수들이 더 멋있지 않습니까?"
여러 기업을 접해오다보니 기업마다 그리는 미래상은 다 각기마다 다 달랐다. 그래서 어떤것이 옳고 어떤 방향성이 맞는지, 그 문제엔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떤 기업이나 대부분이 자기가 정해놓은 길이 있었고 그 길을 따라 나아가려고 한다는 것. 그 노력은 결코 잘못한 노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크게 욕심 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나게 해야지 손해가 나게 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래서 보세요...어떻게 해주셔야겠어요? 도와주셔야겠지요? 그 가격으로 줘도 되겠어요? 우리는 크게 욕심 내지는 않았잖아요. 도와달라 할때 도와드렸고...이젠 우리도 도움 받아야 할때가 아닌가요?"
어느세 화제는 가격협상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_-;;
"그래도 부럽네요. ○○씨는 우리 회사 100년기업되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거니까...저는 아마 못보겠죠? 우리 회사 100년 기업되면 ○○씨가 보면 뿌듯해지는 회사가 되어야 할텐데..."
100년 기업의 꿈.
나도 그 기업의 100년 후의 모습을 기대하며 계속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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